Tuesday, April 17, 2012

총선에 나타난 개인 미디어와 매스 미디어 영향력


411일 총선이 끝났다. 총선에 대한 많은 분석을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정치 분석 못지않게 중요한 분석대상이 바로 미디어이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용되기 전에도 방송의 영향력이나 특정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얘기하긴 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또 다른 이슈를 쟁점화 한다. 이전의 매스 미디어 시대와 대립되는 위치에 있는 개인 미디어가 그 주인공이다. 개인 미디어는 디지털 시대에 특히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되는데, 어느 누구든지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를 무한 복제해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쿠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에 비견할 수 있는 미디어혁명이라 칭할 수 있다. 사실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모바일 미디어의 사용이 확신되면서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라는 디지털 미디어 혁명은 오래 전부터 연구자들이 언급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단지 이론적인 가능성만으로 나타났을 뿐 실제 성공사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로소 20111026일 서울시 보궐선거에서 나꼼수열풍이 불며 개인 미디어가 언론과 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한 후, 팟캐스팅이나 SNS와 같은 개인 미디어에 대한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개인 미디어란 개인이 정보를 소비, 생산, 유통할 수 있는 미디어를 말한다개인 미디어의 역사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중세시대까지 책은 권력의 상징이었다귀족과 종교인만이 읽고 쓸 수 있었으고 책을 소유할 수 있었는데, 1455년 쿠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함으로써 성경책 보급 가능하게 됐고 이는 후에 종교개혁의 기반이 되었다인쇄술에 의해 지식과 정보가 대량 복제되며 대중들의 힘이 커지기 시작하고개인미디어의 확산은 곧 권력 분할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개인 미디어는 특히 디지털 시대에 어느 누구나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쉽고 편리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보혁명으로 불릴 수 있다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네트워크로 인해 유통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다수의 이용자에 영향력을 형성 할 수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모바일 네트워크로 인해 실시간성이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고 광범위한 정보 유통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개인 미디어가 유통의 의미로 사용될 때 개인이라는 의미 때문에 사적 정보에를 게시하는 개인 공간일수도 있지만그 목적에 따라 특정 이용자 또는 불특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개인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사적이면서도 동시에 공적인 양면적 특성을 갖는다

   
개인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와 달리 공정성, 공영성, 공익성 등과 같은 방송이나 언론이 갖아야 하는 방송법과 언론법 그리고 도덕적 책무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편향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표현 방식들이 자유롭게 사용된다. 따라서 개인 미디어를 통해 이용자는 매스 미디어에서 경험하지 못한 비주류 정보와 한결 느슨하면서도 재미있는 정보에 대한 노출이 가능하게 되고(개인 미디어 정보 생산자의 게이트 키핑 gatekeping),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을 통해 자신의 태도나 가치관과 유사한 정보를 더욱 신뢰하고 따르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재강화 효과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강화 효과는 개인들을 극단의 편향성을 띄게 하여 신념과 가치에 따라 한쪽으로 편향되게 하는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하게 되고, 개인 미디어는 '유유상종 미디어'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극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침묵의 나선형(spiral of silence) 이론에 따라 다수의 사람들에 의한 고립에 대한 공포로 침묵하게 되게 된다. 이러한 관계가 지속되다 보면 사적 정보 중심의 개인 미디어가 공적 가치와 연계될 때, 제공되는 정보가 사실이거나 또는 사실로 인지될 때(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으로 판단될 때 매스 미디어가 가진 의제설정력과 여론형성력을 갖게 된다.
 
개인 미디어가 발휘하는 정치적 영향력이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먼저 개인 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 그리고 이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는 것은 개인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의제가 매스 미디어에서 다루어지게 되는 역의제 형성 영향력이다. 개인 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 미디어가 이번 총선에서 직접적 영향력을 미쳤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달 여쯤 후에 있을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세한 투표 현황 발표가 있어야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현재 보도되고 있는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 근거한다면 개인 미디어의 주 사용자인 20대와 30대 투표권자의 투표율, 특히 서울 지역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그리고 이번 총선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19대 총선 투표율은 54.3%이고, 연령별 전국 투표율은 2045.0%, 3041.8%로 집계되었는데,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은 64.1%, 30대 투표율은 44.1%로 전국 20, 30대 투표율 평균을 크게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 인접한 인천과 경기의 20대 투표율인 38.5%, 34.1%의 거의 두배 가까이 된다. 한편 이들 지역의 개인 미디어, 특히 트위터 사용 현황을 보면, 전체 트위터 이용자 중 51.5%가 수도권 이용자이고, 평균 연령이 27.9살이고, 수도권에서는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인터넷 이용자 38.7%에 그쳐 수도권에서는 트위터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한겨레 신문,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8208.html). 또한 20119월 한국광고주협회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SNS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SNS 이용자의 평균은 진보적 성향을 지닌 20대 수도권 지역 거주자로 나타났다. SNS를 이용한다고 답한 1420명을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0대가 58.2%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3027.8%, 4011.8%, 50대 이상 2.4%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SNS 이용 분포를 보면 경기와 서울 거주자들이 SNS를 사용하는 비중이 각각 30.0%24.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SNS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별 분포는 진보(45.2%) 중도(43.4%) 보수(11.4%) 순이었다. 보수에 비해 진보주의자의 SNS 참여율이 4배 이상 높은 셈이다. 진보주의자 중에서는 25.5%SNS를 이용하고 있는 반면 보수주의자 중에선 5.8%만 사용하고 있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123092701&sid=0001&nid=000&type=).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나꼼수SNS 등의 개인 미디어 영향력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20, 30대 서울 유권자들에게는 통했다는 분석이 타당성 있게 보인다. 이는 선거 막판에 '나꼼수' PD 출신 '김용민 막말' 사건 때문에 민주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 있지만, 다수의 서울에 사는 20대 투표권자를 투표장까지 이끈 것은 '나꼼수'SNS에서의 의견 확산 때문임은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민주당의 대승은 20대 투표와 연관지어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 미디어 영향력을 제한적으로 볼 수도 있다.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현재 트위터 이용자는 약 6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이번 선거 약 4천만 유권자의 15% 가량 된다. 그렇다면 약 600여만명의 이용자 가운데, 미성년자와 등록만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를 제외한다면 적극적 사용자는 아무리 많이 잡아야 전체 유권자의 10%가 채 되지 않을 것인데 이들에 대해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유권자 수에 비한다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앞서 소개한 조사에 따르면 지역별로 경기와 서울 거주자들이 SNS를 사용하는 비중이 각각 30.0%24.8%인데, 이번 총선에서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은 64.1%인데 반해 경기지역 20대 투표율 34.1% 밖에 안 되는 예에 비추어 보면, 트위터 이용과 선거 결과를 선형적으로 생각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더욱 중요한 점은 역의제 설정이다. 신문과 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가 중요하다고 보도하는 주제(미디어 의제)가 대중에게 중요한 주제(공중의제)로 인식하게 되는 결과를 일반적인 의제 설정으로 보는데, 역의제 설정이란 개인 미디어가 전하는 의제가 중요시 판단되어 매스 미디어가 이를 받아서 다시 개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미디어가 미디어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반대로 이용자로부터 매체로의 의제 전이가 이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제설정이론의 외연확대라 볼 수 있다. 즉 정보이용자의 능동성을 기반으로 한 이용자 재정의는 미디어 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웹 2.0으로 칭하는 인터넷의 개방과 공유 그리고 참여의 속성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더욱 발 빠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징으로 인한 의제설정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의 매스미디어 상황에서 수동적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의제설정 과정이 정향적 욕구와 의제형성(agenda-building), 그리고 의제융합(agenda-melding)이라는 능동적 이용자론을 거처, 인터넷 시대에 의제파급(agenda-rippling)과 역의제 설정이라는 새로운 모델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 1026일 보궐선거에서는 개인 미디어에서 터뜨린 의제들을 언론이나 방송에서 재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매스 미디어가 자체적인 의제들을 형성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주로 하여 개인 미디어에서의 주요 의제와 매스 미디어에서의 주요 의제가 상충되었고, 결국 투표권자들은 매스 미디어에서 제공한 의제들을 더욱 중시하여 투표를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여전히 매스 미디어가 개인 미디어에 비해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개인 미디어가 의제를 형성하여 대중 의제로 인식되는데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특히 정치권에서 개인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개인 미디어가 영향력이 있는가 없는가의 논쟁에 그친다면 이는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으로 평가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개인 미디어의 이용을 촉진하여, 대중들의 의견이 미디어 의제로 형성됨과 동시에 정책의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게 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기술적 기반이 바로 개인 미디어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