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11, 2013

출국

2013년은 병원생활로부터 시작했다. 2월 5일 출국을 앞두고 몸관리를 한다는 것이 생각치도 못하게 큰 일로 발전했다. 내 기억으로는 첫 입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1월 2일 목디스크로 입원해서 22일 퇴원을 했고 그 전후로 한달여 치료를 받았다. 1년 동안의 타지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고자 했는데, 그 성과는 앞으로 미국 생활을 하는 동안 몸상태가 어떠한가의 결과가 입증해 줄 것이다.

자연스레 출국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긴 집에 있는다고 해도 이런저런 약속으로 여전히 준비해야 할 일을 제대로 끝내지는 못했겠지만, 모든 일을 아내가 하게 되어 나는 더 편하게 지낸 셈이 되었다. 집에 있는 짐을 1년간 창고(02-517-0279, http://www.koreaware.com, 3.5평에 1,039,500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손상이 우려되는 옷이나 가전제품은 부모님 댁과 연구실로 옮기고, 미국에서 읽을 애들 책들을 미리 보내는 등의 수고는 아내가 대신 했다. 준비하려고 하려면야 많은 손이 가고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지만, 그래도 오랜 미국생활 덕분에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지낼 학교 선정과 비자발급도 매우 신속했던 것 같다. 10월 27일에 미국에 있는 학교에 연구년 초청 관련 첫 메일을 보냈고, 12월 19일에 DS-2019가 발급되었으며, 1월 2일에 비자가 발급되었으니 두달여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것도 사실 내가 준비를 잘못한 관계로 서류를 제때 보내지 못해 근 2주를 허비했으니 미국 학교에서 진행한 과정은 더 이상 빠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Manhattan, NY에서 산다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표적인 단점이 주거이다. 집을 구하기도 힘들고, 렌트비가 비싸며, 1년 deposit을 하지 않는 이상 요구하는 서류도 많고(회사에서 관리하기때문에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애들 학교도 고민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미국 유학 생활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만일 Michigan이나 여기 Manhattan에서 다리만 건너면 되는 New Jersey나 Queens 또는 Brooklyn으로 간다면 적어도 상당 부분 많은 고민이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Manhattan에 살면서 그 경험을 극대화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뉴욕 생활을 결정했을 때부터 아예 Manhattan 집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3년 전에 이곳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년 동안 거처할 곳을 출국 전에 구했고,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입주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을 생각해보니 한 곳에 정착한 곳이 길어야 3년이었다. 2004년에 East Lansing, Michigan에서 Athens, Ohio로, 2005년에 Ohio에서 Fayetteville, Arkansas로, 2006년에 Fayetteville에서 Rogers, AR로, 2007년에 Arkanasas에서 서울 신대방동으로, 2009년에 신대방동에서 종암동으로... 10년 사이에 5번을 이동했고,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을 조금 넘게 산 식이니 어디로 움직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이러한 이사 중에 2009~2010년 사이에 뉴욕에서 약 6개월을 살기도 했고, 짧게는 1박에서 길게는 10일 이상의 가족 여행을 적어도 2주에 한번은 해왔으니 한 곳에만 머무르는 생활이 오히려 길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돌아다닐지...

2월 4일 이사(창고 동일회사, 사다리차 포함 1,250,000원)는 9시에 시작해서 1시경 끝났고, 이후 미리 팔아두었던 자동차를 구청에서 인계하는 것으로 출국 준비를 끝내게 되었다.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가기때문에 1인당 23kg짐 2개를 갖고 갈 수 있고, 또한 끌고 메고 갈 수 있는 짐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짐이 총 20여개가 되었다. 공항까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한게 호텔에서 잠을 자고 공항버스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었다. 집 앞에 Holiday Inn 성북이 있어서 그곳으로 짐을 옮기고 아침에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공항버스는 짐이 많은 관계로 추가로 1인 요금을 더 지불하였다).

다른 나라로 이주해서 1년간 산다는 것은 작은 일은 아니다. 만일 한번도 산 적이 없었던 유럽으로 간다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뉴욕 생활은 많은 이점을 갖고 출발하는 게 사실이다. 이제 연구와 생활에서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하는 것이 연구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