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9, 2013

눈과 봄 방학

내가 박사학위를 받은 곳은 미시간.
눈 많이 오기로 치면 손에 꼽을 정도이다.
미시간에 눈이 많이 오는 이유는 바로 왼쪽에 5대호가 있고, 5대호에서 바람의 방향이 미시간 쪽으로 불기 때문이다. 유학을 간 첫 학기 final 전 주였던, 2000년 12월에 미시간에 blizzard가 왔는데, 역사상 몇번 없다는 눈에 의한 휴교를 경험했다.




미시간 주지사의 당락은 겨울에 제설작업을 얼마나 잘했는가로 평가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이 많이 오고, 그런 이유로 제설 작업을 기가 막히게 잘 한다. 미시간에서 눈은 시도 때도 없이 내리고 계절을 불문한다. 3, 4월까지 진눈깨비가 날리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며, 2002년인가 2003년에는 봄학기 final을 치고 나오는데 진눈깨비가 내린 적도 있었다. 즉, 5월 둘째 중에도 진눈깨비가 날렸다는 얘기다. 물론 10월 말에 눈발이 흩날린 적도 있다. ㅠㅠ

최근 기상 이변의 이유도 있겠지만, 뉴욕에서도 눈이 많이 내린다. 2월 5일에 뉴욕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기가 무섭게 2월 7일에 폭설을 경험했다. 작년 여름에 허리케인 샌디때문에 뉴욕시민들이 겪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여서, 이번 폭설에는 마켓마다 많은 사람들이 미리부터 물건을 사재기 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나 물의 경우는 우리 동네 대형 수퍼인 D'agostino에 다 팔릴 정도로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 강했다. 후에 들은 얘기이지만, 샌디 때문에 전기가 끊기고, 먹을 것, 기름 등의 부족으로 주유소나 수퍼에 무장 경찰이 배치될 정도였다고 한다.


2월 10일 찍은 거리 모습

 










         여기는 central park

내가 있는 컬럼비아 대학은 이번 주가 봄 방학이다. 봄!!! 얼마나 듣기 좋은 단어인가. 그러나 이번 주 내내 예상 기온은 영상 5~6도를 넘지 못하고, 눈과 비 소식도 들린다. 오늘은 학생 때의 추억도 상기할겸, 연구실이 아닌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괜히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무심코 한장 찍었는데 좋은 얘기거리가 생겼다.

3월 18일 오후 3시 경 도서관에서 바라 본 캠퍼스 전경

오후에 도서관에 있다가 집에 가기 위해 나오니... 아뿔싸... 눈이... 세상에 3월 중순 봄방학에 눈이라... 어찌 미시간 생활이 떠오르지 않으소냐...

3월 18일 저녁 7시 경 도서관 옆쪽에서 바라 본 눈 쌓인 캠퍼스 전경

지금도 밖에는 눈이 내리고, 이러다가 내일 아이들 학교는 휴강이 될 것 같고... 추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미시간에서 눈 날릴때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을 오가던 생각도 나고, 늦은 밤 시간 연구실을 나오며 눈을 맞고 피던 담배는 어찌 그리 맛있었는지... 유학 첫 겨울 아내의 차 사고로 차는 폐차가 되었지만 아내는 말짱하고, 보험금은 차 구매액의 두배를 받아 그 돈으로 여행도 하고... 봄눈으로 해서 이런 저런 생각으로 즐거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