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25, 2013

[디지털산책] 유료 채널의 미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3032602012251697002

미국의 3월은 광란의 계절이다. 봄의 따스함이 미 전역에 넘칠 즈음인 3월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관하는 대학농구 참피온십리그인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인해 전 미 대륙이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1년 내내 빅 스포츠 리그가 끊이지 않는 미국은 스포츠의 나라답게 방송 역시 막대한 계약금을 통해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구매하고 시청자를 확보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거액을 투자해서 중계를 하는 만큼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시청자를 묶어두고 있는데, 특히 유료채널의 경우 코드커팅(cord-cutting, 유료 방송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킬러 콘텐츠로 스포츠를 다루고 있다.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에서 케이블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번들을 했을 때 최소 월 5만원, 대체로 1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100개가 넘는 채널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방송을 보기 위해 이 정도의 액수를 지불해야한다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포함해서 방송과 통신 사용료로 가구 당 월 20만원을 넘게 지불해야하니 일반 가정에 작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된다. 이렇다보니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 TV로 불리는 다양한 대체 수단을 통해 코드 커팅이 이루어져 왔는데 대표적 인터넷 TV로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네플릭스와 훌루 플러스가 있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마존을 들 수 있다. 아마존은 무료 퀵 배송 서비스와 자사 이북 리더인 킨들을 통한 도서 무료 대여 서비스와 함께 영화와 TV 방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서 가입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또한 아직 지역이 제한적이기는 하나, 에어리어(Aereo)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소개되어 지상파 방송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패드에서 저렴하게 시청할 수 있기도 하다. 인터넷 TV를 보다 편리하게 시청하기 위해 로쿠(Roku) 등과 같은 다양한 디바이스도 판매되고 있어 인터넷 TV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는데, 위에서 소개한 서비스의 월 이용료가 대체로 6천~8천원 사이로 유료채널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코드커터에 대한 논의는 똑같은 데이터를 갖고 관점에 따라 정 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다. 최근 닐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200만 가구가 TV가 없었는데 비해, 2012년에는 500만 가구로 늘었다고 한다. 또한 작년 여름의 로이터 기사에 의하면 약 40만 가구가 유료채널을 해지했다고 한다. 약 1억의 가입자 가운데 위의 숫자는 코드 커터 흐름을 지지하는 증거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유료 채널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자체가 유료채널의 위기일 수도 있는 것이고, 1억 가구 중에 40만 가구의 해지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장기적으로 유료채널이 큰 위기에 빠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으나.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유료 채널이 갖는 스포츠 중계 독점과 같은 킬러 콘텐츠에 있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올림픽, 프로 풋볼, 일부 대학 풋볼과 농구 경기, 일부 PGA 골프 등만 지상파 방송으로 볼 수 있을 뿐, 대부분의 경기는 유료채널을 통해 중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시청자는 유료채널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은 ABC TV를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가 갖고 있는 여러 회사 중 하나이지만, 디즈니사의 이익 가운데 50% 이상을 책임지는, 약 400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단일 방송사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최근 거대 미디어사인 News Corp.는 ESPN 대항마로 Fox Sports 1을 올 8월에 개국할 것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료채널은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시험하고 있다. 가령 현재 진행 중인 `3월의 광란' 농구 경기는 컴퓨터로 시청하는 경우에는 모두 무료로 볼 수 있고, 앱도 무료로 다운로드받아 다시 보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앱을 통해 라이브로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CBS에서 중계하는 게임을 제외하고는 유료 채널에 가입해야만 하는데, 이는 작년까지만해도 비가입자도 게임 당 또는 전게임을 구매하면 볼 수 있는 옵션을 만든 것과는 다른 전략인 것이다. 또한 앱과 컴퓨터로 보는 경우, 경기 중 트윗이 확산 되는 양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바이럴 분석 결과를 제공하여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극적인 순간이 언제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재미를 주고 있으며, 회사에서 컴퓨터를 통해 경기를 볼 경우 특정 버튼을 누르면 일을 하고 있는 듯하게 보이는 사이트를 제공하는 위트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케이블TV 이용료가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채널 번들링에 있다. 방송환경이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에 의해 주도되기에 인기있는 채널과 비인기 채널을 묶어서 판매하므로 케이블 사용료는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만일 100여개가 넘는 채널이 아닌 내가 원하는 수 십개의 채널을 선택하게 하고 낮은 사용료를 낼 수 있다면 코드커팅은 정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의 코드커팅은 어쩌면 남의 일처럼 들릴 수도 있다. 1만원대의 이용료, 유료채널의 적극적인 N스크린 전략,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을 위협하는 콘텐츠, 가격 차이도 크지 않으면서 서비스는 차별화되지 않는 인터넷TV 등이 한국에서의 코드커팅이 벌어지기 쉽지 않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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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현 컬럼비아 대학교 방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