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25, 2013

[디지털산책] ICT 전문가 국정진입 넓혀야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3011502012251697001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인수위원회에서는 박근혜 당선자의 국정 철학을 반영하는 차기 정부의 거시적 틀을 짜고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선 공약의 실천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는 인수위원회는 향후 5년간의 박근혜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대함이 더하다. 이번 인수위원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효율적 국정운영을 위한 정부조직개편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보통신(ICT)과 관련해서는 `정보와 미디어 전담조직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ICT 관련 부처 신설안과 미래창조과학부로 합치는 안 등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 막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단계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이야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일 수 있지만, ICT를 바라보는 철학의 부재가 아쉽다.

한국이 이만큼 ICT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정부의 지원에 있다. 1994년에 세계 최초로 정보통신부를 신설한 이후 전국적인 광전송망과 초고속 교환망 설치를 완료하며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인프라를 확충해왔다. 1995년 8월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제정하여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을 조성함은 물론 국가의 주요 정보화 사업을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ICT 컨트롤타워를 고려하지 않은 채 ICT 융합화 정책을 추진하며 `철학, 정책, 그리고 판단의 부재'를 가져왔고, 그 결과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IT산업 경쟁력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2007년 3위에서 2011년 19위까지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정보통신부 통폐합을 결정했을 때 이유가 유사 조직 통폐합이었는데, 이때 우려했던 점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지식경제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행정안전부 등 갈기갈기 찢긴 정보통신부의 역할은 그 어느 곳에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중복과 혼선, 무책임과 방임 등 비효율적이며 무효율적인 ICT 거버넌스를 보였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ICT 거버넌스 개편안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ICT에 대한 철학을 명확히 해야 한다. 먼저 ICT 거버넌스의 장기적인 지향점과 과정 그리고 운영 철학이 무엇인지 명백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의 핵심은 ICT 관련 부처 신설에 있다. ICT는 단지 방송과 통신의 영역에 머무는 협소한 분야가 아닌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정보화(informatization)에 관한 모든 것을 포괄한다. 그동안 정보화 정책은 `1995년의 정보화촉진기본법'의 제정으로 사이버코리아 21 정책(1998-2002), IT839 전략, 유비쿼터스 코리아 정책 등을 통해 추진되었으나 2008년 이후 ICT에서 분리됨으로써, 정보화 예산 축소 및 정보화사업 위축, IT규제 개선이나 진흥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영역 다툼 등의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 ICT 전담 부처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ICT 거버넌스는 관련부처 신설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이때의 비전은 `ICT 생태계를 구성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산업이 아닌 창의'가 기반이 되어야 하며, 기존의 정보통신부를 뛰어넘을 수 있게 백지에서 다시 그려야 한다. 예전 정보통신부가 IT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산업을 진흥시키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하고,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와 각 부처로 흩어짐으로써 생긴 정치성, 비전문성, 비효율성, 무책임성 등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육성을 통하여 산업을 발전시키는 유치산업 단계에서 한 차원 발전하여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신설 ICT 부처는 방송통신과 융합 분야의 업무 외에 각 부처에 산재된 관련 기능들을 추가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정보통신부의 해체로 이관되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업무와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등 IT 산업,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화 기능 등의 업무를 통합해야 한다. 이러한 ICT 부처의 주요 업무로는 ICT의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정책은 새로운 ICT 부처의 핵심 직무가 되어야 하며, 전파와 방송정보통신 관련 기술 및 사업자간 경쟁 문제 등 또한 새로운 ICT 부처의 중요한 직무가 되어야 한다. 미디어 분야와 정보보호, 우정사업 등이 포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가 아닌 사람이다. 사람이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ICT를 바라보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또한 이를 담당하는 구성원의 전문성과 정파에 얽매이지 않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어떤 정부 조직이나 체제를 갖는다고 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 힘들다. ICT 분야가 국가 성장의 주요한 축임을 확신하고 ICT 인재를 양성하며, ICT 부처와 시장의 유기적 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ICT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측하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 밥에 그 나물인 돌려막기 인사보다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래서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 인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의 국정진입이 필요하다. ICT 부처 신설은 이러한 이유로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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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