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25, 2013

[디지털 산책] 재난정보 컨트롤타워 만들자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2110102012251697001

지난달 22일 이색적인 해외 뉴스가 소개됐다. 이탈리아 법원이 지진의 위험성을 예측하지 못한 국립재난위원회 소속의 저명한 지질학자 등 7명에게 다중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6년형을 선고한 것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지난 2009년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 진도 6.3의 강진이 발생해 주민 30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 몇 차례 예진이 잇따라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과학자들은 큰일 없을 거라는 식의 예보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고에도 불구하고 재난예방과 복구과정에서의 정부 책임은 간과한 채 과학계가 피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실제로 피해가 발생되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하여 피해 예방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그 규모를 최소화할 것인가는 정부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 노력의 대표적 예가 재난정보 전달체계이다. 동경대학 생산기술 연구소가 지진 조기경보의 피해경감 예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고 없는 피해를 100%으로 봤을 때, 지진 발생 20초 전에 조기 경보를 했을 때 사상자는 5% 중상자는 15%밖에 발생되지 않는 반면, 지진 발생 5초 전에 조기 경보를 했을 때는 사상자는 20%, 중상자 60%로 약 4배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한다. 즉, 이처럼 짧은 시간으로도 예고 없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95%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재난정보 전달체계가 가장 잘 이루어진 나라는 지진과 태풍 등 자연 재해의 피해가 많은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재난 주관 방송사인 NHK를 비롯, 3G와 4G 통신사 등이 지진ㆍ쓰나미 재난경보 방송망과 통신망을 활용한 경보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고,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소(FEMA)가 통합재난경보전달체계(IPAWS)를 통해 대국민 경보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재난정보 전파매체는 방송ㆍ통신ㆍ스피커ㆍ전광판ㆍ관련자 SMS 전달 등을 들 수 있고, 소방방제청ㆍ기상청ㆍ산림청ㆍ지방자치단체 등이 개별 재난정보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정작 재난 발생 시 상호 재난정보 연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재난 상황 인지 및 재난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는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산림청이 서울 서초구에 보낸 `산사태 발생 위험 예보 정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가 서초구 현 담당자가 아닌 퇴직 공무원들에게 전달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산림청의 예보 문자메시지는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분석해 해당 지역의 강우 조건이 충족되면 산사태 위험지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자치단체 담당자(공무원) 휴대전화번호로 자동 발송되는데, 결국 담당자 연락처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재해 발생 시 적절한 전달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기상청ㆍ소방방제청ㆍ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재난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TVㆍ라디오ㆍDMBㆍ데이터 방송ㆍ인터넷, 그리고 모바일을 통하여 전달하고 있다. 국내업체는 세계 최고수준의 모바일 TV 탑재 휴대전화기 개발 및 상품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휴대전화ㆍPMPㆍMP3ㆍ내비게이터 등 휴대단말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 기술 보유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이 3000만대를 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거나 청취할 수 있는 대표적 기술인 DMB 방송을 볼 수 있는 기기 역시 6500여만대 이상이 보급됐고 현재 이용자수는 3500만 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재난을 관리하는 핵심 책임기관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고, 이에 따라 관리 시스템의 개발 역시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재난 관리 책임기관의 재난정보 전달 프로토콜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재난 경보 시스템 간 연동이 불가능하여 예산 낭비는 물론 1~2초가 급한 상황에서 복잡한 체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술이나 보급에서 세계 최고의 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방송망과 통신망을 연동하는 통합전달망을 갖고 있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DMBㆍ스마트폰ㆍSNSㆍ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상호 연동하여 통합화시킨다면 촌각을 다투는 위기 상황에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선이 얼마 안 남았고 정부 부처 신설, 통폐합, 분할이 있을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재난정보 전달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혹시라도 닥칠 수 있는 각종 위기상황에서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를 바란다. Twitter: @donghunc / Facebook: donghun chung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